무간도 1,2,3 트릴로지

그제와 어제, 오늘에 거쳐 시간순서인 2-1-3 순으로 봤다. 1편이 개봉하고 나서 2,3편 제작이 결정된 만큼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개연성에는 약간의 흔들림이 있으나 그리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다. 급조된(?) 3부작 중 이 정도 퀄리티를 지닌 시리즈가 얼마나 있을까. 궁금증으로 시작하여 깔끔한 마무리까지 욕먹을 구석이 없다.
이 3부작은 전체적인 시리즈보다는 각각의 영화 자체로서의 퀄리티가 더 높다고 본다.
우선 1편은 굉장히 쿨하면서도 여운이 느껴지는 스릴러(옛날 홍콩영화와 비교해보면 감정의 과잉은 거의 없다)다. 안타까움이 들게 하는 마지막 순간도 담담하게 그려낸다. 세련된 편집(조금은 산만하지만)과 뛰어난 각본은 홍콩영화계의 판도를 새롭게 뒤엎었다. 이 영화 이후 아류작들이 꽤 생산되었다.
2편은 한 가문의 짧은 흥망사를 다룬 갱스터 무비이다. 차갑고 비정한 갱스터의 세계를 중년 연기자들의 포스넘치는 연기력으로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니 전체적으로 영화가 산만해졌지만 한 시기의 흥망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풍성해졌다. 인물들이 이끌어내는 분위기도 대단히 멋지다. 오진우 횽아의 보스 포스는 내가 본 홍콩영화들 중 최고급이다. 마지막 승자가 된 증지위가 슬픔 속에서도 가면을 쓰고 역시 천국이라는 가면을 쓴 지옥으로 빠져드는 엔딩은 21세기 홍콩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장면의 하나로 꼽을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시리즈 중 2편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3편은 훌륭한 한 편의 싸이코드라마다. 유덕화를 중심에 두고 그의 심리변화와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측은하기 그지없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사족같은 면이 없지 않지만 유덕화의 종말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캐릭터들이었다. 진도명 횽아의 포스는 멋졌다.
무간도라는 제목은 3부작 전체를 관통한다. 빠져나올수 없는 가장 밑바닥의 지옥으로 인물들 모두가 발을 담근다. 행복한 웃음을 짓던 자들조차 그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남는 것은 상처와 죽음 뿐이다. 제목에 정말 걸맞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by 느티 | 2009/09/23 00:11 | 감상 | 트랙백 | 덧글(0)

로렌스 블록 - 무덤으로 향하다.

이런 식의 범죄소설을 나는 좋아한다. 하드보일드적인 감성과 담담함이 느껴지는 문체에, 가끔씩은 블랙유머가 섞여주고, 게다가 당시의 사회상을 느끼게 해주는 인물과 스토리, 묘사까지 더해준다면 그런 책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릴 수 밖에 없다.
로렌스 블록의 이 소설은 '매튜 스커더'라는 탐정이 나오는 일련의 시리즈 중 하나다. 국내에는 이 작품 외에도 '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백정들의 미사' 이렇게 두 개의 매튜 스커터 시리즈가 나와 있다.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은 작년에 읽었지만 백정들의 미사는 절판되어 구하지 못했다.
매튜 스커더는 알콜중독자에, 무면허 탐정에, 세상의 큰 일들에는 별 관심이 없고, 창녀와 붙어사는 남자다. 인생막장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전직형사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을 잘 해결해나간다. 특별히 뛰어난 두뇌를 가진 것은 아니고, 잠복과 탐문 등의 형사적인 수사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상당히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 탐정이지만 추리소설적인 재미는 별로 없다. 현실에서의 수사가 그런 것처럼 추리보다는 증거와 탐문에 의존하기 때문에 추리 면에서는 약하다. 하지만 그런 재미와는 다른, 생생한 뒷골목 풍경과 한 꺼풀씩 껍질을 벗겨내며 알맹이로 향하는 주인공의 노력 등이 조금은 씁쓸하고 조금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매튜 스커더 시리즈가 얼마나 되는 지는 모르겠다. 절판된 백정들의 미사도 새로 찍어내고,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도 번역해서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by 느티 | 2009/06/25 07:41 | 감상 | 트랙백 | 덧글(0)

드래그 미 투 헬 짧은 감상.

진정한 샘 레이미가 돌아왔다. 그동안 블록버스터를 만들긴 했지만 B급 쌈마이 정신은 아직도 그의 뇌리 속에 남아있었다. 이블데드보다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들면서도(관람등급도 대중적이다)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잔혹하고 무서우면서도 유쾌하다.
효과적인 사운드는 비주얼과 결합되어 멋진 결과를 만들어낸다. 소리로만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영화들과는 다르다. 여주인공 앨리슨 로먼 님의 기막힌 비명소리와 함께 노파의 괴기스런 음성, 기타의 효과음 등은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린다. 이건 꼭 극장에서 봐야 한다. 극장의 사운드로 즐겨줘야 재미가 더 산다. 80년대 호러 풍의 배경음악도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전혀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극장에서 사람들은 웃기 바빴다. 올해 개봉작 중에서는 손꼽힐 호러물이자, 코믹물이 될 것 같다. 속편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by 느티 | 2009/06/15 10:46 | 감상 | 트랙백 | 덧글(0)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책 겉표지에 써 있는 대로 8세부터 88세까지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다. 이야기 자체가 아주 귀여우면서도 그 안에 심각한 주제의식까지 녹여냈다. 재미와 교훈이 다 담긴,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고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한 소설이다. 
저자인 세뿔베다는 예술가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야기에서 보면 마을의 유일한 예술가인 시인만이 인간 아닌 존재들과 소통할 수 있고, 그들을 이해하며 그들의 문제를 도와 줄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현재 예술가 중에 이 시인같은 존재가 몇이나 남아있을까. 자본주의 아래서 예술은 사업이잖아.

by 느티 | 2009/06/06 22:00 | 감상 | 트랙백 | 덧글(0)

[렛츠리뷰] 조선사 쾌인쾌사

처음으로 렛츠리뷰에 응모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핫메일이라서 당첨메일은 오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택배 아저씨가 배달해 오셨고, 의외의 행운에 조금 놀랐다.
책은 쉽게 읽혔다. 글의 행간 간격도 충분히 넓고, 편집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어 가독성이 좋았다. 크기도 작아 가지고 다니면서도 부담없이 간편하게 볼 만하다.
내용 중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어서 별로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정사에는 나와있지 않을 만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으로, 성적인 이야기도 제법 있다. 마지막 챕터는 대부분이 성적인 에피소드였다. 쾌담이라는 게 성적인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닐 텐데 왜 그렇게 구성했는지 별로였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들이 더 흥미를 끄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가끔씩 수록되어 있는 춘화들은 조선 시대에 그렸다고 보기에는 의외로 수위가 좀 있었다. 춘화라는 건 그저 남녀가 서로 껴안고 있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꽤 대담했다. 한 손으로는 누군가의 절개를 기리는 시를 쓰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여종의 옷 속을 헤집는 듯한 양반의 이중적 정신세계도 여러 에피소드를 모아 재미있게 나타냈다.
전체적으로는 볼만 했지만, 조금은 식상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이런 책들은 언제부턴가 트렌드가 된 듯하다.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고 있긴 하지만, 역사적인 교양을 쌓는 것보다는 시간 때우기 용으로 볼 만한 책들 말이다. 이 책의 저자만 해도 비슷한 종류의 책을 몇 권 썼고, 다른 사람들이 쓴 책들도 많다. 하긴 골치아픈 역사책보다는 이런 책들이 더 많이 팔릴 것이다. 이 책도 그런 책들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딱 그 정도다. 그래도 적당한 재미는 보장하니, 한 번 쯤 읽어볼 만은 하겠다.

렛츠리뷰

by 느티 | 2009/05/17 16:24 | 감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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