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23일
무간도 1,2,3 트릴로지
그제와 어제, 오늘에 거쳐 시간순서인 2-1-3 순으로 봤다. 1편이 개봉하고 나서 2,3편 제작이 결정된 만큼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개연성에는 약간의 흔들림이 있으나 그리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다. 급조된(?) 3부작 중 이 정도 퀄리티를 지닌 시리즈가 얼마나 있을까. 궁금증으로 시작하여 깔끔한 마무리까지 욕먹을 구석이 없다.
이 3부작은 전체적인 시리즈보다는 각각의 영화 자체로서의 퀄리티가 더 높다고 본다.
우선 1편은 굉장히 쿨하면서도 여운이 느껴지는 스릴러(옛날 홍콩영화와 비교해보면 감정의 과잉은 거의 없다)다. 안타까움이 들게 하는 마지막 순간도 담담하게 그려낸다. 세련된 편집(조금은 산만하지만)과 뛰어난 각본은 홍콩영화계의 판도를 새롭게 뒤엎었다. 이 영화 이후 아류작들이 꽤 생산되었다.
2편은 한 가문의 짧은 흥망사를 다룬 갱스터 무비이다. 차갑고 비정한 갱스터의 세계를 중년 연기자들의 포스넘치는 연기력으로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니 전체적으로 영화가 산만해졌지만 한 시기의 흥망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풍성해졌다. 인물들이 이끌어내는 분위기도 대단히 멋지다. 오진우 횽아의 보스 포스는 내가 본 홍콩영화들 중 최고급이다. 마지막 승자가 된 증지위가 슬픔 속에서도 가면을 쓰고 역시 천국이라는 가면을 쓴 지옥으로 빠져드는 엔딩은 21세기 홍콩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장면의 하나로 꼽을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시리즈 중 2편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3편은 훌륭한 한 편의 싸이코드라마다. 유덕화를 중심에 두고 그의 심리변화와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측은하기 그지없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사족같은 면이 없지 않지만 유덕화의 종말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캐릭터들이었다. 진도명 횽아의 포스는 멋졌다.
무간도라는 제목은 3부작 전체를 관통한다. 빠져나올수 없는 가장 밑바닥의 지옥으로 인물들 모두가 발을 담근다. 행복한 웃음을 짓던 자들조차 그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남는 것은 상처와 죽음 뿐이다. 제목에 정말 걸맞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 by | 2009/09/23 00:11 | 감상 | 트랙백 | 덧글(0)




